(250516 ->) 늙어간다는 건 그런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어릴 적만 해도, 몸은 나에게 기부하듯 움직였다. 밥을 먹지 않아도 운동을 굳이 열심히 하지 않아도 새벽까지 뭔갈 만들다가 급하게 잠들어도 몸은 새 것처럼 움직였다. 하지만 이젠 몸과 계약하듯 움직여야 할 것만 같았다. 몸이 피곤하지 않으려면 나는 운동과 지속적 루틴이라는 계약 조건을 내걸고 그걸 어느정도 실천할 수 있어야 했다. 계약이 파기되거나 계약 조건을 지키지 못하면 몸과 마음이 소송을 당한다. 몸은 의지력을 잃고 게으름을 피우기 시작한다. 게으름은 무기력으로 무기력은 더 무거운 몸으로 악순환에 빠져버린다. 결국 전투가 휩쓸고간 황량한 땅바닥처럼 아무것도 남지 않은 하루를 살게된다. 그래서 계약을 지속적으로 해야한다. 신뢰를 바탕으로 원활한 파트너쉽 관계를 유지해야한다. 몸과. 근데 아마 이건 공정한 계약이 아닐 것이다. 몸은 나이를 먹어가며 점점 더 무자비한 계약 조건을 내걸 것이다. 그러다가 결국 시간적으로, 재산적으로, 아님 아주 논리적으로 말도 안되는 조건과 리스크를 내걸면 아마 죽는 거겠지. 악어새가 잡아먹히는 순간. 참혹할거다. 지금 몸이 계약을 걸어오기 시작하고 내가 이걸 인지하기 시작했단 점에서 나는 커다란 전환점을 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어차피 입대 전에 체력도 좀 기르고 해야하는데... 에휴 온둥을 하는게 좋겠다. 근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하지 나 이런 거 한평생 해본 적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