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숲에 들어간다. 가지런히 꽂혀있는 나무들이 옆구리를 뽑내며 앉아있다. 멋지네. 아름답네. 신기하네. 흙길을 걸으며 나는 말을 흘린다. 그러면서, 내가 죽기 전까지 이 나무들을 전부 삼키지 못할 것에 눈물을 흘릴 듯 하는 걸 참는다. 믿기 힘들겠지만 지금 하늘 위를 덮고 있고, 햇빛을 비스듬히 가려 그것이 새하얀 직선을 내리쬐게 하며, 그 끝은 쨍한 빛에 색이 하양고 노랗게 배어버린 땅, 반점, 그걸 뚫어져라 쳐다보다 공기에 다시 정신이 팔리면, 다시 풀 냄새와 민트향을 쫓아가 정체를 밝혀보면, 만든 이는 다시 결국 그것들인, 그것들은, 나무다. 믿기 힘들겠지만. 왜냐하면 그곳엔 아들의 아들은 아들이 있을 아들들이 있고 아버지의 아버지는 아버지가 있었을 아버지들이 있기 때문이다. 다리의 끝엔 다리들이 있고 머리의 끝엔 또 다른 머리가 있다. "그것들을 전부 '나무'라 부르는 건, 어떻습니까?" 체크남방을 입은 철학자가 말한다. 참 맞는 말이다. 역시 철학자. 그런 의미에서 책은 참 나무하다. 나무를 얇게 썰어 다시 쌓으니 나무가 되는 다소 기이한 현상. 어쩌면 그리 기이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생기는 다소 안타까운 현상은, 나뭇잎이 너무 많다는 것. 아들들이 너무 많다는 것. 그 속에 내게 깨달음을 주는 나뭇잎은 어디에 있을까 찾으려면 내가 나 자신을 거북이로 만드는 수고를 들여야만 합니다. 하지만 난 평생 거북이로 살 수는 없다. 아들이 되어야 하고 체크남방도 입어야 한다. 그래서, 내가 죽기 전까지 이 나무들을 전부 삼키지 못할 것에 눈물을 흘릴 듯 하는 걸 참는다. (수미상관을 위한 나의 y2y43jp를 양해해주시길) 그래서 하는 수 없이 한 숨을 푸-욱 쉬고 아무런 책이나 집어 읽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곤 옅은 미소와 함께 하염없이 읽는 것이다. 지금 내가 들고있는 나무는 누구의 우주인가.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