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어. 후회로 가득찬 삶을 살아가려나. 내가 불태운 시간이 돌아보면 허망밖에 남지 않으려나. 불태운 시간이 재가 되지 않는 건 기대도 하지 않아. 하지만, 불사조처럼, 아름답게 ― 순간 정도는 말이죠 ― 타오르고 싶다는 욕망이 있는데. 욕심일까. 포즈가 잡히지 않는다. 뽐내보려 잡아본 인생의 굴곡은 억지로 지어진 자세에 반항하는 듯 엉덩어를 삐쭉 내미는 꼴이 꼴 사납다. 그 와중에 보는 이 없고. 그 와중에 또 갈 길 없으니. 가끔 허망할 수 밖에. 이 꼴로 불에 타버린다면, 타버린다면. 정말 후회밖에 남지 않고 말거야. '그렇지만 안 그런 이가 어딨겠습니까?' 윈스턴이 겁도 없이 묻는다. (출처: 2022-2023년의 A4 종이더미 속 정체를 알 수 없는 시기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