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는 진다. 아까 먹은 초코 과자 한 조각처럼 낮은, 야금 야금 사라져만 간다. 나가지 못해 기분이 뚱하고 기분이 뚱해 나가지 않는 날 또 그렇게 '우울하다'나 '블안하다'같은 확실한 이름을 붙이긴 뭐한 감정이라 더 열받는다. 이런 내가 싫다. 감정에 연연하는 내가 가끔은 싫다. 하지만 싫은 내 자신도, 나 자신을 싫어하는 이런 일부분도, 이젠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당장이라도 내게 묻는다면 '나는 내 게으르고 흐지부지 우유부단한 내 모습은 싫어!'라고 당당히 대답할 수 있다. 고칠 부분을 아는 거니까, 나의. 그 싫은 부분이 내가 앞으로 살아가며 고쳐야 할 부분이고, 그래서 결국엔 나의 존재 이유니까. 내게 더 필요한 건, 내 문제는 언젠간 고쳐진다는 믿음이고, 다행히 그 증거는 쌓여왔다. 해는 아직 안 졌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이제 진짜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