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박한 도구는 그 자체만으로 정겨움과 미를 뿜어냈다. 새벽을 도둑맞은 나는 희미한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밤빛이 드리우는 액정 앞에서, 아무도 보지 못하는 은밀한 희열을. 슈만이 그리던 것과 아마 비슷한 것을. 피곤한 눈에 담아 보낸다. 흘려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