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 속 내 자리에 앉으니 깜빡거리면서 나를 바라보는 데스크탑의 전원버튼이 보였다. 이 컴퓨터는 절전모드에 있다. 몇주간. 나는 처음에 전기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가, 그 옆에서 같이 - 하지만 다른 속도로 - 깜빡거리는 모니터의 발광 다이오드들을 보니 이상한 감정이 느껴졌다. 마치 이 전자기기들이 날 매섭게 째려보며 왜 이제 왔어, 왜 이제 왔어, 하고 반복하며 - 하지만 다른 박자로 - 소리치는 것 같았다. 이들은 날 기다렸다. 시간이 의미없는 공간 속, 느리게 점멸하는 형광등 아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