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자겠다고 마음 먹고 못 지킨 것이 오늘로 삼 일째. 나는 왜 새벽까지 또 깨있는가. 내 자신이 아쉽기만 하다. 어느 정도 쓰레기 같은 삶을 살고 나면, 다시 회복해서 성실한 삶을 사는 것이 두려워지는 순간이 온다. 어느 정도 삶을 무시하고 살다보면, 다시 그것을 마주했을 때, 내가 잊고 살아온 나의 죄와 벌이, 내게 라이트 훅을 갈길 것 같은 기분. 오늘 하늘엔 눈이 내렸다. '비는 피하는데 눈은 왜 맞는지 알아? 눈은 예쁘고 가볍고 부드럽기 때문이야'같은 저질스럽고 성상품화적인 농담만 떠오르는 날이었다. 추운 날씨를 피하며 먹었던 새빨간 떡볶이, 거기에서 나온 김은 내 눈가를 촉촉하게 했고, 새큼한 향기는 엄마의 김치찌개를 떠올리게 했다. 그러다 내게 동반자가 있었다면 좋았을 걸 생각했다. 나보다 다섯 살은 정신적으로 성숙해서 내가 나자빠지려고 하면 따끔한 충고를 해줄 사람. 그런 충고 하나 하나가 짜증이 되고, 그런 짜증 하나 하나가 추억이 될 그런 사람. 난 연인과 사귀는 것보다 헤어지는 것이 더 무섭다. 아마 그런 엔딩으로만 끝날 것 같은데, 그 때가 되면 차암 슬플 것 같다. 정말이지, 아주 정말 슬플 것 같다. '슬픔은 눈물의 향연이오, 우울은 눈물의 부재이니라'라는 말을 콧털처럼 머리에서부터 줄줄 새어내던 콧대높은 꺽대코는 부러지고, 엉엉 울겠지 그딴게 뭔 상관이야 시발. 그런 상황이 오면 난 감당 못할지도 몰라. 지금도 마치 수박을 통째로 삼킨 것 같은 답답함이 내 몸에 있는데, 그것이 짐볼이 될 때까지 커지고 또 커져 내 몸 안 속에서부터 터져버리고 말거야. 그래서 나는 동반자를 만들 생각도 없고, 그래서 나 자신을 아끼지 않는 처량한 삶이 나의 최고로 효율적인 삶이 된 것 같아. 사람이 심각하게 과적합됐어. 어떻게 이럴까.